Introduction

인공지능은 반복 업무부터 창의적 해결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건축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CAD로 도면을 그리는 정도였던 전산화가, 이제 생성적 디자인과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건축가·엔지니어 업무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 글은 인공지능이 건축 설계에 어떻게 혁신을 가져오는지, 그리고 전문가들이 어떤 기회와 과제에 직면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Background of AI in Architectural Design

Rule-Based Approaches and Shape Grammar

처음에는 사람이 만든 규칙에 따라 설계안을 자동 생성하는 연구가 있었다. 형태 문법(Shape Grammar)은 1970년대 이후 발전해, 적은 규칙으로도 특정 건축가의 양식을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건축가 팔라디오의 빌라 평면을 간단한 기하학 규칙으로 구현한 사례가 있다. 다만 사람이 정의한 범위 안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복잡한 건축 문제 모두를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Koning's and Eisenberg's compositional forms for Wright's prairie-style houses.


Genetic Algorithms and Deep Reinforcement Learning

자연계 진화를 모델링한 유전 알고리즘은 무작위 해답을 평가하고, 우수 해법을 교배·돌연변이해 점진적으로 개선한다. 복잡한 문제를 탐색하는 데 유리하지만, 변수가 많으면 계산 시간이 길어진다. 심층 강화 학습은 바둑 AI 알파고로 유명해진 기법이다. 시행착오로부터 보상을 최대화하는 정책을 스스로 학습한다. 건축 설계에서도 대지 형상, 법규, 형태 등 맥락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 규칙을 만들어갈 수 있다.


Generative Design and the Design Process


Automating Repetitive Tasks and Proposing Alternatives

생성적 디자인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다양한 설계 대안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기존에는 시간이 부족해 몇 가지 아이디어만 검토했지만, 인공지능을 쓰면 수십~수백 가지 안을 실험할 수 있다. 일조량·공사비·편의성.용적률 등 여러 요소를 복합 평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The Changing Role of the Architect

건축가는 인공지능 설계를 위한 목표·제약 조건을 정하고, 그 결과물을 큐레이션한다. 단순 도면이나 계산 업무에서 벗어나, 어떻게 AI가 작동할지 환경을 세팅하고, 상위안을 골라 미학적 감각을 더하는 쪽에 집중하게 된다.


The Role of Architects in the AI Era

1966년 영국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가 던진 말이 있다.“Technology is the answer… but what was the question?” 이 말은 오늘날 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문제를 ‘어떻게 풀까’보다는 ‘어떤 문제를 풀지’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디자인 프로세스에는 문제 정의 단계와 해결 단계가 있는데, 인공지능 발전으로 해결 단계는 많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건축 설계에서 중요한 일은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 그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달려 있다.


Defining the Problem and Constructing a State Space

도메인 지식과 컴퓨터적 사고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문제를 잘 정의한다. 문제 설정이 적확하면 복잡한 AI 없이도 간단한 알고리즘으로도 충분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여기서 건축가는 하나의 독창적 결과물을 직접 만들기보다, 요소 간 상호작용을 설계해 상태공간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인공지능은 이미 존재하는 무수한 가능성 중 최적의 조합을 발견한다.


Palladio’s Villas and Shape Grammar

이런 관점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로, 루돌프 비트코버(Rudolf Wittkower)가 르네상스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Palladio)의 빌라 평면에서 찾아낸 규칙과 패턴을 들 수 있다. 비트코버는 팔라디오 빌라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기하학적 원리를 분석했는데, 그중 두드러진 것이 “나인 스퀘어 그리드(nine square grid)”로 대표되는 기본 틀이었다. 팔라디오의 빌라는 겉보기에는 모두 독창적이지만, 중앙에 홀을 두고 좌우대칭으로 방을 배치하고, 방의 가로세로 비율을 3:4나 2:3 같은 음악적 음정비로 맞추는 등 특정 규칙을 공유했다. 팔라디오가 자주 썼던 방의 비례나 치수 목록은 모두 다분히 의도적이었고, 이를 통해 건축가가 조화로운 형태를 체계적으로 구현했음을 알 수 있다.


Landbook and LBDeveloper

스페이스워크(Spacewalk)는 인공지능 기반 건축 설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 공개된 랜드북은 AI 부동산 개발 플랫폼이다. 지번만 입력하면 해당 토지의 시세, 법적 개발 한계, 개발 후 예상 수익률을 바로 보여준다. LBDeveloper는 가로주택정비사업용 전문 솔루션이다. 노후 주택지의 개발 요건 검토와 사업성 분석을 자동화한다. 주소 입력만으로 개발 가능 여부와 기대 수익을 확인할 수 있다.


AI-Based Design Workflow

LBDeveloper는 법규로부터 허용 영역을 계산하고, 평수 조합을 바탕으로 건물 블록을 생성한다. 그리드와 축을 다양하게 적용해 블록을 배치한 다음, 블록 사이 간격을 최적화해 충돌을 피한다. 마지막으로 건물 바닥 면적 비율(BCR)과 용적률(FAR) 같은 지표로 배치 효율을 평가해 최적안을 고른다.

전체 조합 수는 (축 옵션 수) × (그리드 옵션 수) × (층수 옵션 수) × (열 shift 옵션 수 × 행 shift 옵션 수) × (회전 옵션 수) × (추가 블록 옵션 수) 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4 × 100 × 31 × (10×10) × 37 × (추가 옵션은 활성 블록 개수에 따라 다름)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는 각 단계에서 전수 조사하여 최적의 값을 선택하는 방식이므로, 모든 조합을 동시에 탐색하지 않고 각 요소별로 최적화를 진행한다.


Future Prospects

디자인에는 무수히 많은 대안이 있다. 여러 제약으로 인해 완벽한 최적 해를 찾기 어렵다. 최적화 알고리즘도 탐색 범위나 규정 한계로 인해 늘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 이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가 LLM이다. 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수많은 대안 중 좋은 해답을 골라준다. 복잡한 규칙이 얽힌 건축 분야에서는 더 효과적이다.

LLMs for Design Evaluation and Decision

LLM은 미리 생성된 설계안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사용자 요구사항이나 법규에 맞춰 어느 정도로 합리적인지를 판단한다. 단순한 법적 준수 여부뿐 아니라, 건물 배치나 조형 요소가 미적으로 균형 잡혀 있는지, 공간적 편의성이 충족되는지도 같이 살핀다. 설계 후보가 많을수록 이런 지원이 중요해진다. 디자이너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안을 직접 검토해야 했지만, LLM의 조언을 통해 빠르게 적합한 안을 좁혀갈 수 있다.

무엇보다 LLM은 “텍스트” 형태의 질의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특정 평가 기준이나 미적 감각을 언어로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인접 대지의 건물 사이에 충분한 간격이 있는지 확인해줘” 같은 문장을 넣으면, LLM은 해당 조건을 재차 분석하고 결과를 요약한다. 이 과정에서 LLM은 공간적 아이디어와 기능적 요구 사항을 동시에 고려한다. 설계자가 제시한 목표치와 실제 배치 간 격차를 파악하고, 필요한 개선 방향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결국 LLM은 디자이너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건축가는 무수한 설계안 중 어느 것이 “실제 실행 가능한지, 또 법·규정상 허점이 없는지, 미적·기능적 균형이 적절한지”를 빠르게 확인하며, 창의적인 과정에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이는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를 줄이고, 아이디어를 폭넓게 탐색하도록 독려한다. 이렇게 인간 전문가와 LLM이 협력해 설계안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방식은 앞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