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tential for Architectural Space Variation Through the WFC Algorithm
The Potential for Architectural Space Variation Through the WFC Algorithm
현대 건축에서는 기존의 건축 어휘나 스타일을 “복사-붙여넣기”가 아니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고 변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중 하나가 ‘Wave Function Collapse(WFC)’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본 연구는 WFC 알고리즘을 건축 영역에 도입해, 공간 패턴의 변주를 어떻게 자동 생성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네덜란드 건축가 알도 반 아이크의 ‘Sonsbeek 조각 파빌리온’을 예시로 삼아, 해당 건물의 공간 어휘를 기계가 학습하도록 한 뒤 여러 평면 대안을 만들어보았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알고리즘적 접근의 의의와 한계를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Understanding the Principles of the WFC Algorithm
WFC(Wave Function Collapse) 알고리즘은 게임 개발이나 그래픽 쪽에서 자주 쓰이는 절차적 생성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은, 하나의 예시 패턴을 입력받아 그와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를 건축 쪽으로 설명해보면, 우리가 어떤 건축물의 평면 패턴이나 공간적 룰을 “예시”로 제시하면, 컴퓨터가 그걸 배워서 흡사한 분위기이면서도 새로운 평면안을 자동으로 찍어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 Superposition & Collapse
- WFC는 초기 단계에서 모든 셀이 “뭐든 될 수 있는” 불확정 상태(중첩)로 시작한다. 그러다 가장 불확실성이 낮은(선택지가 적은) 셀을 골라서, 그 셀에 들어갈 타일(또는 공간 모듈)을 하나로 확정한다(콜랩스).
- Constraint Propagation(제약 전파)
- 어떤 셀을 확정시키면, 그 주변 이웃에게 “내가 이 상태니까 너는 이 상태가 안 된다” 하는 식으로 영향을 준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전체가 모순 없이 조합되도록 만든다.
- Backtracking(되돌아가기)
- 가끔 “아무 모듈도 들어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면, 알고리즘은 과거 결정 중 몇 단계를 되돌려 다른 대안을 시도한다.
결국 WFC는 건축으로 치면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되, 충돌이 나면 되돌아가는 식으로 전체를 완성하는 알고리즘이라 이해할 수 있다.
Aldo van Eyck

알도 반 아이크(Aldo van Eyck)는 20세기 중반 네덜란드 건축계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인간 중심적이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살아 있는 공간을 강조했다. 흔히 CIAM 이후의 ‘구조주의 건축’ 흐름에서, 건축을 인간 삶의 무대라 보며, 지극히 일상적이고 심리적인 요소까지 설계에 담아내려고 했다.
가령 그는 고아원 건물을 설계하면서, 주택 단위를 줄 맞춰 놓는 대신 작은 마당과 복도, 열린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 마치 작은 도시처럼 만들었다. 거대한 외부 도시와 내부 건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으며, 도시에는 주택의 아늑함을, 주택에는 도시의 연속성을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처럼 반 아이크는 단순히 깔끔한 모던 디자인을 넘어,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의 리듬과 흐름을 건축에 녹이고자 했다.
The Sonsbeek Sculpture Pavilion: Spatial Elements and Patterns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Sonsbeek 조각 파빌리온이다. 1966년 아른험(Arnhem)의 공원에서 열린 조각 전시회를 위해 만든 임시 전시관이었는데, “외부에서 보면 폐쇄적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복잡하고 다채로운 전시 공간이 펼쳐지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한마디로 “작은 도시를 공원 한가운데에” 만들어놓은 느낌을 주는 셈이다.
파빌리온은 평행으로 놓인 여러 개의 벽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사이사이에 반원형의 포켓 공간이나 복도가 얽혀 있다. 이렇게 “반복과 변주”로 만들어진 평면이 자연 속에서 “은밀하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특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 파빌리온의 벽, 반원형 모듈, 복도 등을 퍼즐 조각처럼 추출하고, “벽+곡선+복도”라는 모듈 조합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일종의 규칙(제약)으로 정의했다. WFC 알고리즘에 이 규칙 묶음을 입력하면, 원본 파빌리온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평면 변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Applying the WFC Algorithm: Generating Floor Plan Variations



본격적으로 WFC를 적용해봤다. 먼저 Sonsbeek 파빌리온을 격자 그리드 형태로 단순화했고,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듈(벽, 포켓, 복도 등) 50여 개를 정의했다. 이때 “벽 옆에는 복도만 올 수 있다” “포켓은 특정 간격에만 배치 가능” 같은 세밀한 규칙들이 곧 WFC의 제약 조건이 된다.




알고리즘은 모든 셀이 모든 모듈 후보를 가진 상태로 시작해, 가장 확정하기 쉬운(엔트로피가 낮은) 셀부터 하나를 결정한다. 그 결정을 기반으로 인접 셀들의 가능성이 조정(제약 전파)되고, 다시 확정할 셀을 골라 결정한다. 이렇게 반복하면, 마치 반 아이크가 평행 벽과 곡선 모듈을 자연스럽게 짜 맞췄던 것과 유사한 느낌으로 평면이 자라난다.



그 결과, 원본과 꽤 흡사해 보이면서도 다른 변주안이 다수 생성됐다. 어떤 안은 포켓 공간이 더 많아서 더 미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안은 복도가 단순화돼 한층 정돈된 공간이 되기도 했다. 다만, 때론 백트래킹을 여러 번 해도 충돌을 피하지 못해 동선이 단절되거나 중복된 벽이 생기는 실패 사례도 나왔다. 이를 통해 “규칙 설계를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는데, “욕실 옆에 주방이 오면 안 된다” 같은 일상적 건축 규칙이 더욱 엄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Significance and Limitations of the Algorithmic Approach
이렇듯 WFC 알고리즘은, 하나의 건축적 패턴(예: Sonsbeek 파빌리온)을 재료 삼아 다채로운 평면안을 뽑아내기에 좋다. 디자이너 입장에선 모든 변주를 손으로 그리지 않아도 되니, 단시간에 풍부한 아이디어 풀이가 마련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입력 예시가 가진 미적·공간적 논리를 어느 정도 유지해주므로, “기존 건축가의 어법”을 또 다른 공간에서도 활용하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하지만 건축은 수많은 질적 요소와 기능이 얽힌 복합 예술이기에, 숫자 규칙이나 모듈만으로 모든 걸 표현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예컨대 “이 공간이 주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이나 “건물에 깃든 역사와 도시 맥락”은 단순한 모듈 배치 규칙만으로 형상화하기 어렵다. 결국 인간 디자이너가 알고리즘 결과물을 바라보며, “이건 괜찮다, 저건 전시 동선이 너무 구불구불해 실제론 불편하겠다” 같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게다가 구조 안전, 일조, 방음 등 현실적 문제도 알고리즘이 전부 해결해주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WFC는 개념 스케치 단계나 형태 실험의 보조 도구로 유용한 편이다.
Conclusion
알도 반 아이크가 보여준 인간 중심의 반복·변주 설계 기법을, WFC 알고리즘이 일정 부분 흉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즉, 하나의 건축적 문법(어휘)에서 시작해, 새로운 평면 시나리오를 다수 자동 생성해보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앞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건축가 A의 아파트 단지”를 입력 예시로 학습하면, 비슷한 어휘로 변주된 새로운 아파트 평면을 술술 만들어낼 수도 있다. 건축가 입장에선 이 수많은 변주안을 훑어보면서, 기존엔 떠올리지 못했던 예기치 않은 배치를 발견할 수도 있다.
반 아이크의 디자인 방법에 WFC를 접목한 시도는, 향후 건축 설계 프로세스에서 사례 기반의 생성 알고리즘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축가가 자신의 대표작을 입력하면 그 변주를 통해 다음 프로젝트에 아이디어를 얻거나, 선배 건축가들의 작품을 학습한 알고리즘이 디자인 제안을 해주는 등의 응용을 상상해볼 수 있다. 나아가 개별 건축가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특정 건축 유형의 보편적 패턴을 학습시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등, 건축 지식의 축적과 재창조를 가속화하는 도구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mple Outputs







References
- The Wavefunction Collapse Algorithm explained very clearly | Robert Heaton
- Infinite procedurally generated city with the Wave Function Collapse algorithm | Marian’s Blog
- Aldo van Eyck pavilion – Kröller-Müller Museum
- Labyrinth and Life - Luis Fernández-Galiano | Arquitectura Viva
- Aldo van Eyck > Sculpture Pavilion, Sonsbeek Exhibition | HIC
- Wave Function Collapse & Plan Adjacencies — Sam Aston